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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험한 말이 나왔던 용문산 1번코스 등산, 웃기고 슬픈 후기

by linyi_log 2024.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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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용문산을 다녀온 후기를 써보겠다.
너무 힘들어서 도중 포기 하고 싶은 마음이 열번은 넘었던 용문산! 같이 도전 해 보겠는가?

등산바지 위에 반팔 하나 툭 걸치고 가는 나.
등산을 해왔던 몸뚱이라 패기 있게 갔다.

바이크로 이동 중인 기쁨

쉬는 날은 일요일뿐인데 바이크도 타고 싶고 등산도 해야겠고, 그래서 날씨가 너무 좋다는 핑계로 바이크를 타고 1시간을 이동해 “용문산관광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바이크는 무료 주차였다. 완전 꿀!
(경차1,000원 / 소형차3,000원 / 중대형차5,000원)
주차구역은 넓었지만 다른 분들을 위해 빗금쳐진 구석진 곳에 주차를 해뒀다.

주차장 맞은편에 cu편의점에서 초콜릿과 마실 물, 컵라면 작은거 하나 사서 출발!

용문산 1번코스

사전에 검색해 본 난이도는 “보통”이다.
이 날은 스틱도 장갑도 안 챙겼다.
보통이 아니였던 용문산을 생각하니 심장이 또 터질 것 같다. 스틱과 장갑은 꼭 챙기라고 당부하고 싶다.

등산로 진입 전까지는 산책로로 길이 무난했고, 사람들이 많이 붐볐다. 용문사 절에서 공사중이라는 현수막에 우회 해서 돌아 가라고 적혀 있었고, 등산로 진입하자마자 돌계단에 경사가 시작되었다.
“아니, 처음부터 이렇게 시작하는 게 맞아?”
그렇게 시작된 내 걸음은 점점 지쳐갔고 중간쯤 지나 마당 바위를 보고 가야지 했는데 마당바위 구경도 못하고 지나쳤다. 아마 공사 중이라 또 우회해서 지나갔던 것 같다. 난 이미 페이스 조절 못한 채 혼이 나가있었지 않나 싶다.

힘은 들어도 날씨가 좋아서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마냥 이뻐서 찍어댔다.

빠짐없이 마주하는 돌계단, 바위 타고 올라가기, 천국의 계단 연속이었고, 평지는 총 합쳐도 500m도 안될 듯.

 

 

위 영상을 봐주길 바란다. 짧고 짧은 나에겐 길이 험난했다.
뒤따라 오시던 부부는 오다가 포기하고 돌아가셨다. 솔직히 나도 “더 이상 못 가겠다.”를 외쳤지만 돌아가기는 싫었다. 저쯤이 정상이겠구나 하고 계속 올라갔다.
여기가 정상인 줄 알았는데 또 아니라고? 앞에서 등산객이 여럿 내려왔다. “얼마나 남았을까요?”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여기서부터 힘든 1시간이에요. 정말 죽어요. 너무 힘들어요.”였다. 정말 돌아갈까? 한참을 머물렀다. 정말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포기해야 하나 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 한 분이 웃으시며 내려오신다. “아이구~ 힘내! 조금만 가면 돼!” 힘을 주시고 유유히 떠나셨다. 내 눈앞에 보이는 저 산봉우리 하나만 더 넘으면 된다는 거지? 그렇게 다시 올라가 보도록 한다.

걷다 서다 반복이었지만 점점 정상을 향해 갈수록 구름과도 가까워졌다. 손 뻗으면 닿일 것 같았다. 너무 예뻤다.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고 올라가다 뒤를 한번 돌아 봤다. 정말 멋진 풍경에 한번 더 사진을 찍었다. 이 계단만 올라가면 정상이라 생각해서 영상을 찍었다. 나는 또 한번 속았는가.  “와 다왔다! 어? 좀더 가야하나봐.”
하하하. 앞에 보이는 계단을 또 타고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며 올라갔다! 그러니 사진으로만 접했던 장소가 드디어 내눈앞에 보였다. 정말 눈물 날뻔했지.

정상에 온 것만으로도 너무 뿌듯. 몇 시간 만에 도착했을까. 시간 보면 힘들 것 같아서 보지도 않은 나. 힘든 표정보단 그래도 사진에선 웃어야지 않겠는가. 사실 이렇게 힘들게 온 길을 다시 내려가는 걱정이 되는 산은 처음이었고 당분간 계단이 많은 산은 피하겠다 마음먹었다.
후다닥 짐을 풀고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붓고 컵라면을 먹어치웠다. 아침도 안 먹은 상태라 너무 허겁지겁 먹었다.

내려가다 보니 출발했던 장소가 보였다. 저기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손가락으로 짚어보았다. 맞나?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내려가는데 뒤꿈치가 바위틈에 꼈다. 보다시피 사진처럼 쩍하고 떨어진 밑창. 속으로 “잘 됐다. 이번에 새 등산화 살 수 있다” 좋아 한건 안 비밀! 밑창이 떨어져 버려서 하산하다 대차게 한번 미끄러지고 후들거리는 하체로 네발로 기어 내려오게 한 용문산. 잘 머물다 내려왔다. 이번 산행은 좀 웃픈 상황이 가득했지만 너무 많은 일들을 말하기엔 슬플 것 같아서.

내가 용문산을 다녀왔다고 말하니 “거긴 용문산 아니고, 욕 문산이잖아.” 하더라. 인정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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